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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ever]/- I read

리라장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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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의 추리소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일본은 본격 추리소설이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었다. 비단 소설 뿐만 아니라 유명한 만화인 김전일 소년의 사건부 (국내명 소년탐정 김전일)를 비롯해서, 그의 모태가 되어 국내에 알려진 요코미조 세이시의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 신 본격으로 유명한 아야츠지 유키토, 자신의 필명과 같은 탐정이 등장하는 아리스가와 아리스 등, 국내에도 유명한 작가와 작품들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었다. 아유카와 데쓰야는 그들의 선두에 서 있는 사람이다.

 리라장 사건은 그의 1958년 작으로 50년도 넘은 작품이지만, 현대 미스테리물 못지 않게 세련된 글이다. 글 자체에서 풍기는 분위기는 현대와 전혀 갭이 없을 정도이지만, 군데군데 쓰인 말이나 배경, 약간은 식상한-고전적인-트릭에서 발표된 시대를 느끼게 한다. 식상한 트릭이란 뜻은, 현대의 작가들이 얼마나 이 사람을 우려먹었는지를 알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한 가지 더! 문장의 흐름이 중구난방인 것 처럼 보이지만, 그런 흐름 속에서 범인의 단서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작가의 문체가 원래 그런 것인지, 50년 전의 문체가 이런 성향을 띄는지(개인적으로는 시대적 문체의 흐름이라 생각한다. 우리나라 문학도 50년 전의 문체-김승옥이나, 추리소설 작가인 김내성의 작품과 현대의 소설이나 장르 소설을 비교해보면 상당한 차이가 나듯이), 아니면 작가의 의도인 지는 모르겠지만 문장 곳곳에는 범행에 관한 힌트가 숨어있고, 오히려 작가가 범인을 가르쳐주고 싶어 안달이 난 사람처럼 글을 작성했기 때문에 조금만 주의 깊게 본다면 곧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

(줄거리는 이미 소개문을 읽어보고 회가 동한 상태로 이 책을 검색해 리뷰를 읽는 중일테니 생략하고저 한다. 너무 말하면 추리소설을 읽는 재미가 반감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슷하게 '어느 저택으로 여행을 떠난 사람들'에게서 살인사건이 일어나는 쪽에 흥미가 있다면, 관련 도서로 '키리고에 살인사건'(아야츠지 유키토 저)이나 '기울어진 저택의 범죄'(시마다 소지 저)를 추천하겠다.)

아유카와 데쓰야가 이 정도로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것이 가장 미스테리한 사건이다. 처음 대면한 글로 작가를 판단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일이지만, 적어도 이 글이 왜 이토록 오랫동안 소개되지 않았는가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일본식 본격 미스테리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자신있게 추천할 수 있는 도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