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셔야지 마셔야지 라고 생각하면서도 루이보스를 별로 좋아하지 않기에 선뜻 손이 가지 않았던 차다. 루이보스 특유의 느끼함이 떠올라서 반사적으로 이건 다음에~라며 넘기곤 했는데, 오랜만에 차를 좀 마시자고 생각해서 그냥 뜯었다.
우렸을 때의 색상은 저 정도로 아주 예쁜 다홍빛이다.
홍차 특유의 진한 갈색을 중년의 부인으로 비유한다면 시나몬오렌지루이보스 색상은 십대 초반의 소녀의 색이다. 열두살, 그 정도의 나이에 가지고 있을 풋풋함과 사랑스러움을 지녔다.
잔에 따라보니 시나몬 향이 매우 강하게 온다.
각오하고 한 모금 마셔보면 예상 외다. 의외로 물에 가까운 차맛.
맹맹하다기보다는 부드럽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하지만 마시고 나서 오는 것은 깊고 진한 시나몬의 향이다.
루이보스의 달큰한 맛이 시나몬 향과 어울려 평소의 느끼함도 없다.
가만히 물고 있으면 오렌지 맛인가 싶은, 루이보스와는 다른 단맛과 상큼함이 있다.
(찾아보니 '오렌지 루이보스'란 루이보스의 한 종이지만, 이 차에는 천연 오렌지향이 들어갔다고 한다.)
뜨거울수록 시나몬 향이 진하다.
식거나 오래 우리면 탄닌의 씁쓸함이 올라오는 홍차와 달리 어떤 상황에서든 부드럽다.
하지만 루이보스의 특성은 남이있기 때문에 깔끔한 맛이라고 하기는 힘들다.
어쩌다 생각날 수도 있겠지만, 현재로선 굳이 돈 주고 사서 마시고 싶지는 않다.
(이것은 내 취향에서 오는 문제다. 나는 루이보스 자체를 좋아하지 않으므로.)
(차 정보 : 루이보스 95.1%, 천연 오렌지향 1.4%, 계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