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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a]/- I gotten

[Ahmad / Wedgewood / Darjeelian] Darjeeling :: 01


 며칠 전, 멍하니 앉아있다가 차라도 한 잔 마시자 싶어서 차통을 뒤적거렸다.
시음티로 받은 것들이 꽤 많은데, 아까워서 잘 못 마시고 있다.
물론 볼 때마다 Best Before가 지나면 풍미도 떨어지는거야, 마셔야돼~라고 되뇌지만,
루피시아의 머스캣처럼 향이 진한 가향차는 시간이 꽤 지났음에도 기분 좋게 만드는 재주가 있어서 아직까지 아껴두고 있다.
(안다. 미련한 짓이다.)

Ahmad - Darjeeling

 그래서 가장 덜 아까운 아마드의 다질링을 꺼냈다.
아마드의 다질링은 티백으로도, 잎차로도 있는데, 이것은 모두 시음용으로 받은 것이다.
이 곳의 다질링을 지르기 전에 이미 웨지우드의 퓨어다질링을 질렀던 것 때문에,
아마드는 어떨까, 싶어 다른 차 주문할 때 시음티 선택하는 것으로 얘들을 택했었다.
티백과 잎차로 나눈 이유는 첫째로 서로 다른 곳에서 시음티를 주었기 때문이고, (티백은 삼주실업에서, 잎차는 티이즈에서.)
둘째로는 둘의 차이를 느껴보고 싶어서였다. (티백과 잎차의 맛이 다른 곳도 있음. 대표적으로 트와이닝스의 레이디그레이)

 여하튼, 아마드의 다질링을 우렸다. 시간은 정확하게 모른다.
차의 색을 보고 약간 따라서 맛을 본 다음 적절하면 꺼내기 때문이다.
대략 500ml에....시간은 잘 모르겠다. 잎을 보고 대충 맞을 듯한 시간을 우렸는데,
2~3분 내외로 생각된다. 노래 한 곡이 끝나기 전이었으니까.
(나는 대부분 아주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이상 연하게 마신다. 이 편이 맛있기 때문이다.)

 다른 곳에서 본 상품평, 호평은 나쁘지 않다.
다만 내 입에는 뭔가 모자란 맛이었다. 분명 다질링 맛이지만, 다질링 답지 않은 모자람.
향의 부족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아마드의 성분표는 분명 스리랑카산 다질링 100%다.)
다질링은 은은하고 부드러우면서도 머스캣향이란 반전이 있었는데,
왠지모르게 브루스 윌리스가 유령인걸 알고 보는 식스센스의 느낌이었다.
더구나 향을 맡아보았을 때 '너무 우린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진한 향이었다.
마치 실론과 같았는데, 나는 이런 향 때문에 대부분의 실론을 입에도 안댄다.
같이 마시던 엄마와 한 모금 마시고서는 '....-_-' 이런 표정으로 서로를 보았다.

Wedgwood - Pure Darjeel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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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부랴부랴 웨지우드의 퓨어다질링 티백을 꺼냈다.
늘 마시던 것이고, 다질링이 이런거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해준 차다.
즉, 다질링으로서는 첫 경험을 웨지우드와 했기 때문에 기준이 된다.
냉큼 우렸는데, 500ml에....얘도 정확한 시간은 모르겠다.
약간 진할 정도의 금빛 수색이 나면 꺼낸다. (이러면 내 입엔 떫지않고 향이 좋다.)
맛있다. ;_;♡
은은하고 평화로운 다질링이다.
입 안에 남아주는 머스캣향이 만족스럽다.
아까도 말했듯 내 첫 경험이 이 다질링이었는데,
다질링으로서는 그 때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똑같은 맛을 내준다.
날씨, 기분, 모두 필요 없이, 늘 한결같은.
첫 맛은 좀 심심하지만, 두 세모금 들어가면 모든 맛이 확연해지는 차.
퓨어다질링의 퓨어란, 다른 곳의 잎을 섞지 않았다는 뜻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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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rjeelian - Darjeeling

그리고 며칠 뒤, 차를 마시려고 이것저것 뒤적이다가 책상 위에 있는 티백통을 열었다.
아마드의 다질링이 보였는데, 이 때 '다시 시도하자'라는 생각을 하기엔 좀 힘들었다.
그리하여 아껴둔 시리즈 2탄인 다질리언의 다질링을 꺼냈다.
이것을 아껴둔 이유는
 1. 티백이 예쁘고
 2. 다질리언이란 이름이 다질링에서 나왔다는 것쯤은 유추할 수 있으니까, 그럼 이 회사 사장(?)이 가장 좋아하거나 가장 자신있는 차를 내놓았을 것이란 생각에서였다.
  다시 말해, 어느 쪽이 이유든지 다질리언에서의 다질링은 무조건 맛있을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맛있는 차는 사실 빨리 빨리 마셔야한다.)

 이 녀석도 500ml, 시간은 정확히 모른다. 여전히 금빛 수색을 보면 꺼낸다. 내가 끓이는 다질링의 기준은 이 수색이다.
그리고 나오는 말 : 맛이 아주 좋구나. ;m;♡
웨지우드의 퓨어다질랑과 견주어도 전혀 손색이 없다.
은근하고 풋풋하게 남는 맛, 첫 모금부터 끝까지 받쳐주는 머스캣 향과 다질링다운 편안함.
이렇게 느꼈다는 것은, 퓨어다질링보다 맛이 낫거나 그 정도라고 생각되는데, 아마 그 이상일 듯 하다.
(내 입은 막입이라, 구세계와 신세계의 만남 같은 것은 아직 깨닫지 못하지만, 기준으로 위아래를 정하면 쉽다.)
게다가 이 티백이 받은지 1년은 훨씬 넘은 것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너무 아꼈다. 2년....어쩌면 3년 전일 수도 있다.)
퓨어다질링보다 아주 뛰어날지도 모른다. 꼭 다시 신선한 것으로 시도해봐야겠다고 느꼈다.
(사진은 찍지 못해서 다질리언에서 가져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