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네이트에서 개인 정보가 털리(?)면서, 엄청난 파문을 일으킨 사건이 있었다.
덕분에 내 휴대폰이며 메일은 매일같이 대학생부터 유부녀까지 여성들을 골라보라는 로봇들로 문전성시.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직접적인 피해를 겪고 나서 개인 정보 도용에 대한 불안감을 갖기 시작했다.
덕분에 한국인터넷진흥원에서 실시하는 주민등록번호 검색 페이지는 몇 배의 사람들이 몰려 한동안 닫아두기까지 했었고,
아마 지금도 네이트와 똑같은 비밀번호를 사용하는 다른 사이트의 비밀번호를 바꾸느라 악전고투 하고 있을 것이다.
거기서 잠깐. 개인 정보 도용에는 민감하면서, 개인 정보 수집에는 민감치 않은 것을 알고 있는가.
라는 것이 이 책의 내용이다.
이 책은 원문 제목은 필터버블(The Filter Bubble). 저자는 이 단어를 '우리 각각에 대한 유일한 정보의 바다를 만드는 것'이라 했다. 다시 말해, 포털사이트에 접속하면 개인의 입맛에 맞는 검색어를 보여주고, 어떤 검색어를 입력했을 때 개인이 자주 찾는 검색결과를 알려준다는 뜻이다. 실로 엄청나지 않은가? 저자는 이런 현상을 반대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나는 이런 현상이 매우 놀라웠다. 그렇지 않은가? 수만의 쿠키를 저장하는 것도 힘든데, 그걸 분석해서 추천하는 알고리즘. 이건 미친거야! 라며, 구글의 개발자에게 엄청난 존경심마저 일었다. 물론 이전의 아마존이나 우리나라의 교보문고 등에서의 추천 도서 목록 같은 것도, 흠, 이전의 구매 데이터나 관심있는 책과 겹치는 사람들의 구매 목록을 비교해서 보여주는 것이니, 따지고보면 비슷한 알고리즘이긴 하다.
저자는 소셜미디어 전문가 다나보이드의 말을 적었다. '우리는 심리적 비만 상태에 있다.' 과연 그렇다.
변화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사람은 계속 새로운 것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그렇지 않은 것에 대해 낡고 고루하다는 표현을 사용한다. 필터버블은 우리에게 '계속 새로운 것'처럼 보이는 같은 정보를 보여준다. 아마존에서 10번 로그인을 하는 동안 줄곧 할리퀸을 산 여자가 있다고 치자. 그녀는 어느 날 월스트리트에서 일하는 남자를 만나게 되고, 그와 좀 더 심도깊은 대화를 하기 위해 11번째엔 세계 정치와 경제에 관한 책을 사고 싶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필터버블은 그녀에게 세계 정치와 경제에 관한 도서를 추천하지 않는다. 새로 나온 할리퀸을 추천한다. 그녀에게 그녀가 좋아하는 것들만 보여주려하는 과한 배려심이 필터버블의 폐해이다.
본 도서에서는 이러한 필터버블을 인식하게 되는 계기들을 시작으로, 필터버블을 피해 자신이 원하는 진짜 정보를 찾으려면 어떻게 사고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IT나 경제, 정치, 뭐 그런 인문학적 도서 중에 쉬운 책을 보기란, 광맥에서 금 찾는 일과 같다. '초보를 위한~' 이나 '~개론'을 달고 나오는 책 치고 초보를 위한 책이 아닐 때가 엄청나게 많아서, 돈이 정말 피라면 정보를 얻기 위해 책을 구입한 독자는 책 위에 얼마나 많은 양의 피를 뿌려댄건지!
하지만, 그래-하지만, 문맥을 바꿔보는 접속어, 하지만을 달아보자고. 하지만, 난 이렇게 재미있는-심지어 유머책도 아닌데- 인문서는 참 오랜만이다. 책은 짧은 단문들로 이루어진 문단들의 나열이라, 소설책처럼 읽기 쉽다. 마음에 가는 장(章)만을 읽어보면, 이런 중구난방인 글도 없다. 심리학적 이야기도 나왔다가, 페이스북이 나오질 않나, 케네디 암살에 가담을 하네마네 하는 소리까지 나온다. 하지만 작가의 목소리는 분명하다. 그 중구난방 같은 소리들은 진짜 말 잘하는 사람의 강연과 같다. 지루한 틈을 주지 않으면서 실속을 알려주는 글이다. 어떤 사이트에 가입하고, 네이버와 구글을 들락날락하며 검색어를 사용해서 원하는 것을 찾는 사람들에게 보다 쉽게 접근하게 하였다. (적어도 잘 아는 사람들이라면, 이미 구글을 공지사항이나 대니 설리번의 블로그를 읽고 작가와 비슷한 생각을 하거나, 반대의 생각을 하거나 어쨌든 알고 있을테고, 이 사람이 목표로 잡은 것은 '불특정다수'의 '인터넷을 사용하지만 개발에는 관심이 크지 않고-어쨌든, 검색 알고리즘 자체보다는 검색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었을테니, 당연하다면 당연하다.) 저자가 만든 새로운 용어가 나오기도 하지만, 저자가 알아서 잘 설명해주니 걱정 놓아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