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를 통틀어 유명했던 사건을 생각하면, 국내에서 90년대를 보냈던 사람 누구나 다섯손가락 안에 꼽을 사건이 있다. 통칭 개구리 소년 실종 사건은 올해 초, 영화로 개봉되기까지 했었다. 이 뿐만 아니라도 유아 납치에 관한 주제는 심심찮에 볼 수 있지만, 그 실상까지 알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당사자들에게 좋지 못한 기억이라 말을 아끼게도 되고, 탐탁찮은 눈초리의 의사, 관중, 독자에게 이야기할만큼 즐거운 기억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 3096일은 굉장히 드문 주제의 논픽션이다.
주인공 나탈리, 다시 말해 저자는 어렸을 때부터 사랑받은 기억은 많지 않다. 여러가지로 변하는 상황에 불안함을 느꼈고, 때문에 문제를 겪어왔다. 그리고 어느 날, 학교를 가던 도중 납치를 당해 3096일을 갇혀 살게 된다. 범인은 교묘한 심리적 수법으로 나탈리의 마음을 묶어놓는다. 그녀가 사랑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파고들었다. 주변의 어떤 것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나탈리는 이 모든 사건을 뒤로하고 자유에로의 욕망을 가지면서, 결국 그 곳을 탈출한다는 내용이다.
그리고 모두 행복하게 살았다는 동화가 아니기 때문에, 일반 소설의 에필로그에 쓸만한 내용인 사건의 경과도 이 글의 일부이다. 전체가 범인, 혹은 주변 사람의 입장에서 보던 아동 납치와 상당히 다른 시각이다. 때문에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하려 노력함에도 불구하고 글은 상당히 주관적으로 쓰여졌다는 단점이 있다. 영화 사운드오브뮤직을 보고 마리아 트라프 이야기라는 책을 읽었을 때와 같다. 엄청난 반전과 스릴러, 그리고 범죄를 꿈꾸고 책을 펴든다면 실망할 것이 분명하다. 범인의 심리적 압박 또한 치밀하게 계산된 행위라 하기보다는 감정에 휩싸이고, 상대를 실망시키려 하는 행동이다. 다시 말하자면, 이 책은 지극히 현실적인 현실이다.
늦은 밤 어떤 살인마가 일가를 살해하고도 꼬마 하나 만은 죽이지 못한다는 드라마나 피 튀는 음모를 기대했다 실망하지 말고 계속 읽을 것. 작가는 지극히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풀어놓았고, 커다란 사건을 겪은 지인의 이야기를 듣는 느낌으로 읽을 수 있다. 그러니 말이 서툴지라도 인내심을 가지자. 지독한 현실 냄새에 고개 돌리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