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이유라고 딱 꼬집어 말하기는 힘들지만...
트와일라잇을 읽어 본 적은 없지만 주변인들의 말에 따르면 그것은
1. 평범하고 보잘 것 없어보이는 (아마도) 주인공은
2. 어떤 계기를 통해서 본인이 특별(?)하게 되고,
3. 잘 생긴 남자(혹은 여자, 또는 등장인물 모두)가 나오며
4. 특별히 잘 생긴 그 남자는 주인공과 어떤 관계를 맺게 되는데
5. 이 책의 장르를 따지자면 로맨스 소설과 판타지가 섞여있는
책이라 설명하는데, 줄리엣도-최소 1권에서는- 그러하다.
때문에, 트와일라잇을 재미있게 읽었다면 좋아할 법 한 내용이다. 내용상 트와일라잇(을 읽어보지 않아서 정말 모르겠지만!)보다 댄 브라운의 소설들(다빈치코드, 천사와 악마, 디셉션 포인트 등등)과 비슷하다. 위키드, 레모니 스니캣 시리즈, 기욤 뮈소나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책들, 어쩌면 1Q84까지도 꼽을 수 있겠는데, 이들을 좋아한다면 줄리엣을 좋아할 확률도 높다.
줄거리를 먼저 아는 건 재미 없지...
늘 소설의 줄거리를 서평을 위해 쓰는 것은 상당히 힘든 일이 아닐 수 없는데, 어디까지를 스포일러로 봐야하고 어디까지를 길잡이로 가늠해서 알려야할지가 문제라서이다. 이를 위해 '출판사 서평'이 있고, 출판사에서는 이 책의 대략적인 (그리고 자신들이 적절한 부분이라고 생각하는 곳에서 끊은) 줄거리를 알려주니, 관심있다면 그걸 보는 쪽이 좋겠으므로, 굳이 이곳에 적지 않겠다. 개인적으로는 줄거리를 대충 알고 보는 책과, 줄거리 없이 보는 것을 선호하는 책이 있는데 줄리엣은 줄거리를 모르고 보는 편이 좋으리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줄리엣은 상당히 속도감이 있는 책이기 때문이다. 출판사에서 장르를 스릴러로 내어놓았는데, 스릴러 소설이라면 마땅히 가지고 있을 속도감을 가지고 있다. 혹시나 해서 사족을 붙이건데, 스릴러 소설이라더니 속도감만 얘기하네, 하고 '긴장감은 없나보다'라고 걱정하지는 말길 바란다. 긴장감은 개인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말하지 않는 것 뿐이다. 속도감=긴장감이라 보는 분들도 계시고, 속도감=전개 속도나 읽는 속도≠긴장감인 분도 계시기 때문에, 그것은 개인의 판단에 맡기겠다. 나는 추격씬보다 추적씬에서 긴장감이 있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자주 쓰는 구성을 기억하실지. 사건의 경과가 쭉 이어지기보다는 챕터가 나뉘며 어떤 다른 사건과 번갈아서 나오는 구성 말이다. 줄리엣 또한 그런 구성을 따른다. A 이야기가 나오고 B 이야기가 나오는데 둘 다 매력 있는 이야기라, A 이야기를 건너뛰고 B의 이야기를 계속 읽고 싶어도 A를 읽다보면 계속 읽고 싶어 지는 구성의 단점은 어느 한 쪽의 이야기에 강약이 제대로 맞춰지지 않으면 정말로 뛰어넘고 읽게 되는 점이다. 고백컨데, 나는 성격이 급한 탓에 종종 다음 이야기가 어떻게 될까 궁금해서 이런 구성에서는 챕터를 건너뛰고 읽은 적이 몇 번 있다. 줄리엣에서는 단 한 번 그런 유혹이 있었는데, 뛰어넘을 뻔 했던 이야기가 생각보다 굉장히 매력적인 (그리고 엄청난 빠르기의 전개) 부분이었기 때문에, 그리고 '어차피 이 정도 속도면 읽는데 그다지 오래 걸리지 않고 곧 다음 이야기가 나온다'는 생각 때문에, 유혹을 이겼었다. 아마도 책을 읽는다면 이게 어느 부분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책이 생각보다 두껍기 때문에 (마지막 페이지의 숫자는 405이다.) 선뜻 손에 들기란 쉽지 않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한 번 읽기 시작하면 활자를 모두 읽고도 훅훅 지나가는 페이지에 놀랄 것이다. 편집 디자인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뭐라 말할 수 없지만 그 덕일지도 모른다. 모 소설처럼 양심 없는 줄간격과 활자크기, 여백은 아니지만, 십몇년 전과 비교하자면 양심이 꽉꽉 차있는 편도 아니다. 그렇다고 실망하지 마시길 바란다. 대신 두께로 보답했으니. 읽을 때 시원하게 읽을 수 있고, 두께라는 관문만 통과한다면 책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읽을 때 좋도록 편집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을 꼽자면...
이탈리아가 가톨릭 국가라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종교의 자유는 물론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가톨릭이다), 중간에 가톨릭에 대한 이야기가 잠시 나온다. 본격적으로 예~수님 믿~쑵니다~아멘~하는 부분은 없으나, '가톨릭은 성모 마리아를 믿는다' 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오해를 풀어줄 부분이라 생각한다. 마에스트로 암브로조가 기도하는 주체를 보이는 곳이다.
오류라 보기는 힘들지 몰라도...
번역가 서현정 씨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읽다가 번역 상 궁금했던 것이 몇 가지 있었다.
주로 고유명사에 대한 것이었는데, 다른 것은 잘 모르겠지만
성 처녀 마리아보다 동정녀 성 마리아라 쓰는 쪽이 옳지 않은지에 대한 것들이다.
읽다가 혹시 이 뜻인가, 싶었던 것들이라 그냥 사족으로 달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