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몸을 파는 행위는 비단 어제오늘 일이 아니며 과거는 물론, 미래에서도
일어난다. 다만 미래에서는 의미가 조금 다르다.
스타터스의 배경은 생화학 전쟁이 끝나 10대와 노인들 밖에 남지 않은 1년 후의 미래로, 주인공은 16세 소녀다. 그녀는
천식을 앓는 동생이 ‘집행관’들에게 쫓기지 않고, 좋은 곳에서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몸을 판다. 100세가 넘은
엔더(노인들)에게 10대의
몸을 대여하는 불법 변환을 시도하는 것이다. (그 후의 내용에 대해서라면 직접 읽어보거나 출판사 서평이나
소개글에 나와있으니 그곳에서 정보를 얻기 바란다.)
[블랙 로맨스 클럽]이라는
프로젝트에 걸맞게, 내용은 일단 로맨스 스타일의 신데렐라 스토리다. 더욱이
이 소설이 ‘신데렐라 동화에 대한 오마쥬’라는 것은 작가도
감추지 않는다. 심지어 파티에 떨어뜨린 구두를 들고 쫓아오는 왕자님을 비롯해서 주인공이 신데렐라를 언급하는
부분도 있다. 다만 왕자님이 나타나서 이것도 사줄게 저것도 사줄게 하며 연애 내용이 일반적 로맨스 소설이라면, 신데렐라의 시점에서 왕자도 하나의 해프닝으로 치부해버리고 신데렐라 자체에 초점을 맞추었다는 것이 이 책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연애에만 중심을 맞춘 것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중심은 ‘캘리’고, ‘캘리’가 몸을 되찾는(그리고 살아남는) 방법이다. 스타터스는 로맨스 치고는 너무 스릴러 같고, 스릴러 치고는 너무
로맨스 적인 반전 소설의 일종이다.
가장 최근에 읽었던 로맨스 스릴러 ‘줄리엣’(가장 최근이 2개월
전이다. 미안하다.)과 비교하자면 줄리엣은 로맨스에 스릴러를
섞은 쪽이고, 스타터스는 스릴러에 로맨스가 가미되었다 할 수 있다.
읽는 데 시간은 많이 필요치 않다. 쓸데없는 주석도 없고, 가볍게 킬링 타임 용으로 읽을만한 내용인데다
쉽게 읽힌다. 단지 번역상 영문을 그대로 쓴 부분 (엔더나
스타터 등등)과 기본적인 시대 배경을 얼마나 빨리 알아보느냐에 따라 재미를 느끼는 시간이 다를 것이라
생각된다. 다만 초반에 배경을 너무 빨리 이해하면 (그리고
대부분 그리 되겠지만,) 후반에 배경 설명이 종종 다시 나오기 때문에 그 부분이 지겨울 수 있으니 조심할
것.
이 책이 재미있다면 핑거스미스 (퀴어 소설이라 호불호가 갈린다)나 고전인 올리버 트위스트는 어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