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심리학자들은 이를 반사회적 인격 장애자들이라 지칭하고 그런 사람들을 소시오패스라고 부릅니다. 흔히 사이코패스라고 일컫는 사람들이죠. 100명 중에 4명이 말입니다. 또는 25명 중에 1명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정확히 둘은 약간 다른 개념이지만 실제적으로 비슷은 하니 완전히 틀린 말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위의 영화에서 나왔던 이들은 소시오패스적 성향이 짙은 사이코패스였다. 책 속의 인물 또한 그렇다.)
소설은 초반부터 빠르게 진행된다. 프롤로그를 포함한 여섯 장이 적지 않은 속도로 지나간다-고 느꼈지만 사실 이것은 관전자인 나의 입장이고, 소설은 차 안의 운전자로 천천히 진행된다. 하루가 빠르고 복잡하게 지나가 이미 며칠 지난 것 같은데도 실제로는 하루 밖에 지나지 않은, 그런 속도감이다.
다행한 것은 이 속도감에 멀미를 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스릴러는 추리가 아니다. 범인을 독자에게 내놓고부터는 적절한 속도감과 긴장감을 제대로 주어 추격을 보이지 않으면 안된다. 그런 점에서 빙켈만은 조절을 하였다. 사이코패스가 나오는 매체에서는 대게 그를 중심으로 음산한 분위기를 만들기만 할 뿐, 스피드보다는 감성을 두어 마치 스릴러보다 공포영화를 보듯 만드는 경우가 잦음에도, 창백한 죽음에서는 (그의 전작인 '사라진 소녀들'과 최근작 '눈 먼 본능'은 읽어보지 않았으므로 작가의 특성인지 아닌지 모르겠으나) 범인을 추적하는 과정을 빠르고 세세하게 그렸다. 미국 드라마 24처럼 하루 일과를 드러내고 추격하는 셈이다.
시각은 대체로 세 명의 접근이다. 형사와 누군가의 아내와 실종된 이를 찾는 사립 탐정. 독립된 객체는 중반즈음에 만나고, 정신 없이 화면이 바뀐다. 바뀐 화면은 다른 특징이 없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숫자를 두어 차이를 두었지만, 이들은 이름으로 표시한다. 마치 드라마를 만들 듯 연출한 터라 흥미롭다.
출근길에 읽으면 좋을 듯한 책이다. 집중도도 좋고, 빨리 읽히기 때문에 적은 시간만 투자해도 상당 부분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 읽고나면 아마도 권두의 '이 세상의 모든 강한 여자들을 위하여'란 부분을 이해하지 않을까 한다.
혹 이후에도 사이코패스 관련 도서에 관심이 생긴다면 상당 부분 다른 분위기지만 기시 유스케의 소설 [검은집]과 로버트 D. 헤어의 비문학서 [진단명 사이코패스], [직장으로 간 사이코패스]를 읽어보는 것도 좋겠다.